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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번클로 기숙사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할로윈을 앞둔 10월의 끝자락이었다.

    회색 숙녀가 아닌, 새로운 유령이 나타났다는 이야기. 하얀 그림자가 새벽마다 나타나 무언가 를 중얼거리며 복도를 걷는다고 했다. 물론, 호기심 많은 래번클로 학생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새로운 유령이라니!”

    새로운 탐구 거리 앞에서 시험과 과제는 슬쩍 밀려났다.

    그날 밤, 래번클로 탑 앞의 복도에 학생 세명이 모였다. 에디트, 네르넬, 그리고 다렐린.

    프시케도 참여 의사를 보였지만, 어느샌가 곤히 잠들어있어 깨우지 못했다.

    “리리, 너는 왜 온 거야?”

    네르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옆에서 에디트가 쩔쩔매며 눈치를 보았다. 아무래도 동생에게 얘기를 듣고 따라온 듯싶었다.

    “재밌어 보여서. 그러는 너는, 반장이면서?”

    다렐린이 운동화 끈을 꽉 묶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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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 반장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뿐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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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통금 시간 전에 기숙사로 돌아올 거야. 네르가 덧붙였다. 시계는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장 앞에 선 네르는 굳은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머지 학생들은 그 뒤를 졸졸 따랐다.

    “진짜 유령일까?”

    “애들이 장난친 거겠지. 뭐, 진짜면 신기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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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하는 에디트에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렐린이 중얼거렸다.

    복도는 밤의 냉기로 가득했다. 은은하게 켜진 촛불이 일렁이며 그들의 그림자를 벽에 비췄다. 그러나 아무리 돌아다녀도 유령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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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못된 소문이었나 봐.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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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르가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긴 바늘이 50분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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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자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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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게 하품을 한 다렐린은 어차피 래번클로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니, 근처 복도를 한 바퀴 돌고 가라고 말한 뒤 반대 방향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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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후, 시계는 8시 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슬슬 기숙사로 들어가려는 찰나, 어두운 복도 끝에 누군가 서 있는 게 보였다. 희미한 달빛 아래서 그 형체는 천천히 걸었다. 하얀 옷자락이 헐렁하게 늘어져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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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서워. 회색 숙녀랑 느낌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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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트가 속삭였다. 그 유령 같은 형체는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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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잠자리…마디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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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저거 폴리주스 재료잖아?”

    “유령이 그걸 왜 중얼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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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순간, 하얀 유령이 멍하니 걸어가다 벽에 부딪혀 철퍼덕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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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령이 벽에 왜 부딪히지?”

    “가서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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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심스레 다가가자, 그 ‘유령’의 얼굴이 달빛에 드러났다.

    잔머리가 이곳저곳 솟아 있는 연분홍빛 머리카락, 양쪽으로 갈라진 앞머리.

    “……프시케!?”

    에디트의 외침에 네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프시케는 여전히 헤매는 듯, 중얼거렸다.

    “올라와… 올라오라니까……”

    아무래도 꿈속에서 빗자루를 다루고 있는 듯했다. 황급히 프시케를 부축해 기숙사로 향했으나, 불행히도 복도를 순찰 중이던 기숙사 사감에게 들키고 말았다.

    “통금을 어기다니! 너희들은 모범생 아니었니?”

    사감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거기다 네르넬 님피, 넌 반장으로서 모범을 보여야지!”

    “교수님…!”

    “10점씩 깎겠다.”

    사감은 네르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사파이어가 줄어드는 것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네르넬 님피, 잠시 남거라. 에디트 너는 프시케를 병동에 데려다주고.”

*

    꿈도 꾸지 않고 푹 자게 해주는 약을 먹은 프시케는 다시 깊게 잠들었다. 벽에 부딪혀 붉어진 이마엔 꽃박하가 발려져 있었다. 고른 숨결을 들으며 에디트는 자신도 곁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눈을 떴을 땐 이른 새벽이었다. 잠결에 누웠는지 병동 침대의 딱딱함이 느껴졌다.

    “으음…”

    프시케가 눈을 뜨자, 에디트는 몸을 일으켜 연분홍색 잔머리를 정리해주었다.

    “몸은 좀 괜찮아? 어제 기억 나?”

    “……내 빗자루…”

    “…”

    기숙사 앞까지 간 에디트와 프시케는 독수리 모양의 청동 고리를 바라보다 문득 깨달았다.

문제를 맞혀야 문이 열리는 래번클로 기숙사였다. 최근에는 반장과 함께 다녀서, 늘 마음 놓고 맡기곤 했다.

    맞추면 돼! 라는 마음은 독수리 문고리가 내는 문제를 듣고 깨져버렸다.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존재하는 것은?

    프시케는 눈을 깜박거리며 한참 답을 생각했다. 결론이 나오지 않자, 옆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에디트 또한 난감한 얼굴로 입술을 만지작거리 고 있었다.

    “…큰일났다.”

    “응…”

    그 둘이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로부터 2시간 뒤였다.

*

    프시케는 자신의 잠버릇이 고약하다는 건 알았지만, 몽유병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그 후로도 가끔 래번클로 학생들은 창밖으로 푸른 새벽빛이 스며드는 휴게실에 홀로 앉아 약초학 책을 넘기고 있는 프시케를 보곤 했다. 말을 걸면 더디고 몽롱하게 대답이 돌아오기도 했으나, 그 답변은 늘 완벽했다. 복잡한 약초나 변환 마법의 원리가 막힌 학생들은 이제 프시케를 찾아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평소 프시케가 자주 친하게 지내던 후플푸프 친구들은 그 소식을 전해 듣고 한참 웃었지만, 끝내는 걱정해 주며 따뜻하고 두터운 양말을 챙겨주었다. 따뜻한 관심 속에서 프시케는 자신이 무의식중에 무엇을 해내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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