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한가운데 위치한 킹스 크로스 역은 늘 인파로 가득한 곳이었다. 특히 매년 9월 1일이 되면 더욱 혼잡해져 이유를 모르는 머글의 입장에선 정신이 쏙 빠졌다. 그 수많은 사람 사이를 비집고 하얀 머리와 검은 머리를 가진 두 소녀가 뛰었다.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9번 승강장과 10번 승강장 사이에 있는 벽에 뛰어들자, 그 뒤를 커다란 체격의 남성이 카트를 밀며 따라왔다.
“재킷, 비상금, 머리끈, 그리고 또...... 다렐린!”
“다 챙겼다니까.”
꼼꼼히 확인하는 손길을 귀찮다는 듯 뿌리치며 먼저 기차에 오르는 다렐린이었다. 하얀색 머리카락은 눈썹이 뒤로 당겨질 만큼 단단하게 땋아져 있었다.
“에디트, 너도 어서 타거라.”
고개를 끄덕인 검은 머리 소녀 또한 서둘러 기차에 올랐다. 겨우 빈 자리를 찾아 앉자, 바로 출발 휘슬이 들려왔다. 잘 다녀오거라! 외삼촌의 목소리에 에디트는 창문 너머로 손을 뻗어 열심히 흔들었다.
다시 자리에 차분히 앉아 물건이 주머니에 잘 있는지 하나씩 확인하던 에디트는 태평한 표정의 다렐린과 눈을 마주친 순간 무언가 생각났는지 비명을 질렀다.
“언니! 지팡이 어디 있어?!”
“아, 맞다.”
플랫폼에 서 있던 외삼촌은 미간을 꾹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두 해 다닌 것도 아니고-”
다렐린은 창문을 쾅 닫으며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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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벙긋거리며 손으로 날개 흉내를 내는 모습에 창문 너머로 짜증 섞인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창밖으로 킹스 크로스 역이 멀어지고, 기차의 속도가 서서히 올라가자 다렐린은 단단히 묶인 머리끈을 풀어 옆자리에 던졌다. 늘 있는 일이라는 듯 에디트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주워 챙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리리 언니는 학교에 그렇게 빨리 가고 싶었어?”
“응.”
“그리핀도르 그 애 때문에?”
다렐린은 대답 대신 입꼬리를 올렸다. 에디트의 눈썹이 천천히 쳐졌다.
“나도 호그와트가 그리웠지만... 우리가 떠나면 외삼촌이 혼자니까...”
“평생 못 보는 것도 아니잖아? 알아서 잘 지내겠지, 두 사회 지키느라 아주 바쁘신 몸인데.”
“언니!”
“그리고 너는 혈연이지만 난 아니잖아.”
다렐린은 머글 부모 아래서 태어났기에 호그와트 입학 당시 학교와 다이애건 앨리를 안내해줄 마법사가 필요했다. 그때 찾아온 마법부 소속 사람이 바로 에디트의 외삼촌이었다. 그 인연이 이어져 방학이 되어도 다렐린은 본가에 가는 시간보다 외삼촌의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양동생이 생긴 건 덤이었다.
“나 화장실 갔다 올게.”
다렐린은 객실 문을 열며 말했다. 잠시 후 돌아왔을 땐 옷이 교복으로 바뀌어 있었다. 에디트는 여전히 울적한 얼굴로 빠르게 지나가는 창밖 풍경을 보고 있었다. 한 살 어린 동생의 흐린 표정을 본 다렐린은 주머니에서 개구리 초콜릿 하나를 꺼내 툭 건넸다.
“언제 샀어?”
“방금.”
다렐린은 레몬 사탕 하나를 입에 넣으며 태연히 대답했다. 에디트는 언니의 불룩한 주머니를 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비상금 다 썼지!”
“...카드 뭐 나왔어?”
“말 돌리지 말고!”
“어! 래번클로 카드!”
에디트의 시선이 순식간에 카드로 옮겨갔다. 두 손으로 그것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고 빤히 바라보자, 카드 속 마법사의 초상화가 미소를 지었다.
“내가 찾던 거잖아...!”
그 모습을 본 다렐린은 입안의 사탕을 굴리며 숨을 푹 내쉬었다.
‘어찌 넘겼다...‘
하얀 구름 사이로 햇살이 흘러내리며 객실 안을 따뜻하게 채웠다. 에디트는 여전히 카드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다렐린은 운동화―머글 사회의 브랜드였다―를 벗어둔 채 다리를 쭉 뻗고는 잠 을 청했다.
붉은 기관차는 길게 김을 뿜으며, 호그와트를 향해 나아갔다.
*
기차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호그스미드 역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다렐린은 눈을 번쩍 뜨고는 운동화를 눌러 신으며 튀어 나갔다. 아무래도 누군가와 마차를 꼭 같이 타고 싶은 듯했다.
“앞에 세스트랄 조심해!”
“어이쿠.”
둘 다 세스트랄을 볼 수 있었다. 좋은 일은 아니었다. 검은 말 곁을 돌아 마차에 오른 언니가 호그와트를 가리키는 것을 보고 에디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 대연회장에서 보자는 뜻이었다.
에디트가 기차에서 내렸을 땐 이미 대부분의 학생이 떠나고 난 뒤라 주변이 한산했다.
“옆에 앉아도 될까?”
“네, 앉으세요.”
붉은 넥타이를 맨 남학생이 옅은 미소와 함께 옆자리에 앉았다. 에디트의 귀가 그 넥타이처럼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