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법약 교실은 언제나 눅눅한 냄새로 가득했다. 가마솥이 끓는 소리와 약초의 향이 옅게 깔린 교실은 어두컴컴했고, 으스스했다. 레리는 늘 구석 창가 자리에 앉는 학생이었다.
“그거 잘못 넣으면―”
불안해 보이는 옆 학생에게 레리가 조언을 다 주기도 전에 작은 폭발음과 함께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레리는 소매로 코를 가리며 눈을 찌푸렸다. 피처럼 붉은 눈동자가 옆 학생을 노려보았다.
수업이 끝난 후 레리는 가장 먼저 교실을 떠났다. 기숙사로 돌아와 가방을 열자, 안에는 수업 중 몰래 챙긴 뱀의 송곳니가 들어 있었다. 급하게 슬쩍한 마른 쐐기풀을 찾아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초콜릿 봉지가 바스락거렸다. 달콤한 냄새와 약초 냄새가 뒤섞여 오묘한 향기가 흘렀다.
“레리, 갈란투스 꽃즙 있어?”
기숙사 휴게실로 내려오자 속삭임이 들려왔다. 레리의 동업자였다. 아마 갈란투스 꽃즙을 찾는 학생이 나타난 듯했다.
“이것밖에 없어.”
레리가 갈란투스 꽃즙 한 병을 건네며 무심히 말했다.
“너무 적은데?”
“직접 구하던지.”
레리는 시선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동업자는 고개를 내저으며 주머니를 받아 들고 떠났다.
*
늦은 밤, 기숙사 휴게실 소파에 앉은 레리는 박스를 뒤적여 젤리를 하나 골라냈다.
[버티 보트의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모양의 젤리]
‘음, 이번엔 딸기 맛이네.’
고르는 것마다 맛있는 맛이었다. 레리의 특기 중 하나였다. 같이 호그와트에 온 검은 고양이 봉봉은 책상 위에서 몸을 쭉 며 하품했다. 쓰다듬으려 하자, 순식간에 레리의 팔을 할퀴곤 자기 손을 핥았다.
“내가 밥 주잖아.”
레리가 투덜거리며 따가운 팔을 감쌌다. 알록달록한 젤리 박스 냄새를 킁킁 맡더니 봉봉은 모래를 덮듯 굴었다.
“맛만 있는데 왜 다들 싫어한담.”
레리는 다시 젤리 하나를 꺼내 입에 넣었다. 구운 빵 맛이었다.
곧 기숙사 내부가 조용해지자, 레리는 기척을 숨기고 복도로 나왔다. 빠른 걸음으로 익숙하게 지하 복도를 걸어 이제는 쓰지 않는 교실에 들어섰다.
“루모스.”
속삭임과 함께 지팡이 끝에서 작은 빛이 퍼져 나와 주변을 밝혔다. 교실 한구석에는 레리가 둔 가마솥과 마법약 재료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사랑의 묘약이 잘 팔린단 말야…“
레리는 가마솥을 휘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끓고 있는 약은 미묘하게 위험한 향을 냈다. 이게 뭐라고 다들 난리인지. 사랑의 묘약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레리는 그것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뭐, 잘 팔리면 그만이었다. 가마솥을 휘젓는 손을 멈추고 습관처럼 주머니를 뒤적이자 손가락 끝에 끈적거리는 초콜릿이 묻어났다.
“아, 또 녹았네.“
손가락 끝에 끈적거리는 초콜릿이 묻어났다.
*
며칠 뒤, 지하 깊숙한 곳에 있 마법약 교실. 교수의 설명을 듣기 위해 학생들 전부가 앞쪽에 모여들었다. 교수가 가리킨 가마솥에 담긴 진주 빛깔의 액체 위로 나선형의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가장 강력한 사랑의 묘약이라 불리는 아모르텐시아 였다.
매력을 느끼는 대상과 사물의 냄새가 난다는 교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대부분의 학생은 호기심에 사로잡혀 가마솥 쪽으로 몰려들었다. 레리 옆에 선 여학생의 연분홍빛 머리카락이 좌우로 움직였다. 까치발을 든 채 조심스럽게 목을 빼는 모습을 보아, 다른 학생들처럼 냄새를 맡고 싶은 듯했다.
‘저게 뭐라고.’
레리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신의 구석 자리로 돌아갔다. 오늘 배울 마법약 준비에 집중하고 싶었다.
잠시 후, 교수가 흥분해서 외쳤다.
“레리 양. 아주 완벽합니다! 모두 레리 양을 보고 배우세요!“
레리는 잠시 우쭐했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이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수업이 끝난 후, 레리는 자신의 주머니 속 과자가 바스러진 것을 알아챘다. 그 잔해를 바깥에 털어버리고 교실에 돌아왔을 때였다. 아까 그 여학생, 프시케가 교수의 책상 위에 놓인 아모르텐시아 가마솥의 뚜껑을 조심스럽게 들어 냄새를 맡고 있었다.
레리는 자신의 자리를 정리한 후, 아모르텐시아가 담긴 그 가마솥을 빤히 바라보았다. 충동이 이성을 압도하려 했다. 조심스럽게 뚜껑을 들고 코를 가까이 대자, 가장 먼저 주머니 속 간식처럼 달콤한 냄새가 강하게 밀려왔다.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는 냄새는 무어라 표현할 수 가 없었다. 그것은 다정함과 안정감이라는 추상적인 감각으로만 다가왔다. 사랑? 아니면 욕망? 레리는 알 수 없는 감각에 휩싸여, 차가운 지하 교실에서 가만히 굳어있었다.
이것은 사랑일까? 아니면 욕망?
레리는 알 수 없는 감각에 휩싸여, 그 향에 취한 채 가만히 굳어버렸다.



